오늘 딱 30일

도리도리샘샘
|2022. 4. 26. 22:57

 

 

 

멋쟁이사자처럼의 프론트엔드 스쿨에 참여한지 오늘로 딱 30일이 되었다.

30일이란 시간동안 나는 얼만큼 성장을 했냐? 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확실히 혼자서 깔짝 깔짝 공부 했을 때 보다는 많은 지식을 습득 하긴 했다. 물론 그 지식의 깊이가 깊지는 않지만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이것저것 주워 들으면서 '개발자'와 관련된 잡다한 지식과 취업 관련 정보도 많이 얻었다.

 

 

지식은 습득했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은 아직 나에겐 먼 얘기인듯 하다.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부산 집에 내려갔다. 돈도 들고 시간도 들고 부산까지 가는게 귀찮은 마음도 있었지만 으레 인사치레하듯이 부모님에게 얼굴이라도 비추어야겠다는 억지로 스스로를 이끌고 내려갔다.

 

아빠는 기껏 부산까지 왔는데 일요일날 바로 올라가냐고 잔소리였다.

일요일날 서울 가는 기차는 아침밖에 없었고, 나는 무미건조하게 씻고 아침일찍 나왔다.

아빠는 평소처럼 부산역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고 기차 출발 시간까지 20분정도 시간이 남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아빠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내가 놓친 10년이 넘는 긴 시간들이 아빠의 얼굴에 다 담겨 있었다.

언제 우리 아빠 얼굴이 이렇게 주름지고 검버섯이 폈지.

이제는 아빠 어깨가 나보다 더 왜소해진 것 같았다.

 

기차 떠날 시간이 다가와 나는 짐을 들고 일어났고, 얼른 아빠보고 들어가보라 했다. 허리도 아픈데 오지말라고.

하지만 역시나 아빠는 내 말을 들은체도 안하고 플랫폼까지 따라왔다.

그리고 차비에 보태라고 지갑에서 5만원짜리 지폐 두장을 꺼내서 건넸다. 

 

아빠는 기차가 출발하기 직전까지 창문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내가 가라고 손짓을 하자 그제서야 떠났다.

아빠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기차는 출발했고 나는 울지 않으려 눈을 꼭 감고 잠을 자려했다.

하지만 기차 출발한지 5분도 안되서 아빠가 전화가 왔고 또 잔소리를 했다.

 

점심으로 소고기 구워주려고 사다놨는데 먹지도 않고 일찍 간다고.

 

 

 

서울에 도착하니 창피함이 밀려왔다.

 

내년이면 나는 서른살이 되는데 여전히 철부지 10대인것 같아 너무 창피했다.

공부를 해야하는 상황도 10년전과 같고, 철부지 딸내미 인것도 10년전과 달라진게 없다.

 

 

개발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나서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는데, 그날, 아주 잠깐,

다른 친구들처럼 회사 생활을 계속 했었다면 이런 창피함은 안느끼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나의 그 대단한 자아실현, 인생목표 그런것 들은 제쳐두고 현실을 직시했다면 그리고 그 현실과 타협했다면... 아빠가 건네 준 5만원짜리 두 장을 받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들.

 

정신 똑바로 차리자.